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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 ‘곡성’에 몰린 여성들 관객 취향이 변한다

드럼치는한동이 2016. 5. 31. 22:26

                                        영화 '곡성'.

 

 

관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는 장르다. 장르는 산업과 관객 양쪽이 벌이는 게임이며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측면에서 영화와 관객이 맺는 밀접한 관계의 결과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르에는 일정한 룰이 있었다. 예를 들어 ‘남성 관객은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여성 관객은 로맨스영화를 좋아한다’ ‘추석 시즌에는 가족영화가 흥행한다’ 같은 것들이다. 그러다 장르의 규칙 내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를 이끌어낸 동인은 할리우드 배급사의 전략이다. 그들은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를 여름 시즌에만 상영하기보다는 일 년 내내 배급하기를 원했다.

 

거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의 특성상 극장가에선 에스에프(SF) 액션영화가 주류를 형성했다. 자연스레 여성 관객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로맨스 같은 장르는 열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에스에프 영화는 전통적인 흥행 장르는 아니었다. 슈퍼히어로 액션영화의 경우 한정된 시장을 돌파하기가 힘겨웠다.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전략은 한국에서 실패해야 맞는데, 결과는 반대로 드러났다. 요즘 슈퍼히어로 액션영화는 한국에서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를 찾은 관객의 적지 않은 수는 여성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할리우드 영화에 국한된 게 아니다. <곡성>을 본 많은 여성 관객이 영화를 즐겼다.

 

어떻게 된 일일까? 몇 년 사이에 갑자기 슈퍼히어로 액션영화의 팬이 양산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나? 여성 관객은 볼 영화가 없어서 억지로 액션영화의 상영관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영화를 선택하는 취향은 급격하게 변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결과를 두고 쉽사리 취향의 변화를 논하는 건 맞지 않는다. 다만 취향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 정도는 읽어야 한다. 내부의 세밀한 변화를 감지해야만 영화산업은 그에 맞춰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시장의 변화만큼 흥미로운 일이 중소 규모의 시장에서도 벌어졌다. 수치를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중소 시장에서 관객과 영화가 맺는 관계의 추이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오랫동안 과소평가당해온 관객층인 중장년과 십대가 주도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낯선 장르의 지형도를 그린다. 성인 애니메이션의 열세와 달리 아동 애니메이션이 괄목한 만한 성적을 낸다. 영화제를 중심으로 군집하는 예술영화 관객, 대만에서 제작된 소년소녀 로맨스영화의 열성 관객, 아이피티브이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성인영화 시장 등은 무시할 수준을 넘어 성장 중이다.

 

현재 중소 규모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르 취향 변화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선행 신호는 필름 마켓에서 다양한 영화를 수입하는 추세가 바뀐 것이다. 고정된 시장 내에서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산업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쏠림 현상이다. 몇 편의 영화가 상영관을 독차지하고 천만 관객이 몇 편의 영화에 몰리는 건 건강한 신호가 아니다. 폭넓은 관객의 유입과 취향의 다변화는 영화를 통한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할 길을 제시한다.

 

이용철 영화평론가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7462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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