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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 혁신의 신호탄 쏘아올린 ‘아이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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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 혁신의 신호탄 쏘아올린 ‘아이폰’

드럼치는한동이 2009. 11. 24. 01:57

우여곡절 끝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됩니다. KT는 28일부터 아이폰 정식 출시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기다린 이들이 많았던 탓인지 접속자 폭주로 인해 온라인 예약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트위터 국내 사용자들도 아이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KT는 11월 28일(토) 오후 2시부터 공식 런칭쇼를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가질 예정입니다. 휴대폰 하나 출시되는데 이런 대규모 고객 런칭쇼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그것도 휴대폰 단말기 업체가 아니라 통신 사업자가 말입니다.

참 웃긴 일이죠.

쓴웃음이 나긴 하지만 KT의 행보는 분명 국내 이동통신 역사를 새롭게 쓴 ‘이정표’로 기록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간 국내 이동통신 소비자들은 무척 답답했습니다. 시장 점유율 50.8%를 장악한 SK텔레콤의 더딘 변화와 밥그릇 지키기의 탁월함, 민영화됐음에도 공기업적 마인드와 태도를 빨리 털어버리지 못한 KT, 투자할 여력은 충분하면서도 자신의 지갑은 좀체 열지 않고 선발 업체들의 문제만 지적하면서 생존하려는 LG텔레콤의 얌체짓이 삼위일체가 되면서 이동통신 시장은 사업자들이 쌓은 철옹성이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소비자들의 요구보다는 통신사들 생각대로 흘러가는 시장으로 변모해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목소리보다는 이동통신사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듯한 정부 관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국내 소비자들 덕에 성장 기반을 다졌으면서도 해외 시장에 더 좋은 스펙의 더 저렴한 혁신적 디바이스를 먼저 제공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울화통이 치미는 걸 참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통합 KT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이동통신 1위 시장 지배력을 가진 SK텔레콤을 잡기 위한 무기로 애플의 ‘아이폰’을 국내 유통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미친 혹은 미칠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이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그 역할은 이미 충분히 하고도 남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들이 많이 개방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요금제에 대한 적정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긴 하지만 통신사들은 데이터 전용 요금제와 스마트폰 요금제를 신설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LG텔레콤이 ‘오즈’라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변화가 감지되던 이 시장은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LG텔레콤은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협력해 두 회사의 서비스들을 LG텔레콤 고객들의 휴대폰 메인 화면에 띄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사이트에 우선 접속하지 않고 사용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죠.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들은 이런 변화를 더욱 빠르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어느 새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듣고 있었던 새로운 휴대폰들의 국내 출시 일정도 빨라졌습니다.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폰을 탑재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폰 출시 소식들이 연일 언론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안드로이드 탑재 폰을 국내도 출시하겠다는 것이죠. 누구나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 폰을 밀겠다는 것이죠. 그간 더딘 시장 성장을 보이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급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죠.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폰 위주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윈도우 폰은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90%가 넘는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편향된 점유율도 바뀔 겁니다. 아이폰을 비롯해 내년에 10여 종이 쏟아질 안드로이드 폰의 등장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게 해주고, 수많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당연히 소비자 뿐아니라 국내 개발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우리나라에 안드로이드 폰이 안나오니 우리나라 개발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 개발자들은 이미 저만큼 앞서 가고 있는데 말이죠. 단말기 출시의 유무가 그 나라 개발자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인데 그나마 뒤늦게라도 나온다니 다행입니다”라고 상황을 이야기 하더군요.

기존 고객들도 덩달아 혜택을 보게 됐습니다. SK텔레콤은 최근 휴대폰 사용기간이 24개월 이상인 장기 우수 고객이 2년 약정으로 기기변경 할 경우 신규 가입자 수준의 핸드폰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기변경 가격은 기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평균적으로 신규 가입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며, 대상 휴대폰 모델은 우수 고객층의 비율이 높은 CDMA 가입자를 위한 2G 풀 터치폰은 물론, 아몰레드와 같은 최신 WCDMA 폰과 T옴니아2와 같은 최신 스마트폰 등을 적절이 안배해 20여종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KT의 아이폰으로 옮길 것 같은 고객들을 겨냥한 것이죠. 아이폰 덕에 SK텔레콤 장기 사용 고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휴대폰을 교체할 수 있게 됐습니다. KT와 애플에 박수라도 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폰’은 그 자신이 원했든 아니든, 폐쇄돼 있던 국내 이동통신 환경에 ‘균열’을 가하는 대표주자가 되고 있습니다. KT는 새로운 변화를 온 몸으로 이끌어 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습니다. 여전히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의 관계, 국내 통신 대표 주자로 외산 업체에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하느냐는 일부의 시각과 딴지걸기 등을 극복해야 합니다만 이번 기회를 KT가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유무선 통신 1위 업체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KT 또한 안드로이드 폰 공급도 나설 계획인 만큼 스마트폰 시장을 통한 시장의 경쟁 구도 자체를 바꾸겠다는 KT의 야망도 주목됩니다.

새로운 틈은 생겼습니다. 이 틈이 얼마나 벌어질지 여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격랑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혁신 경쟁에 나선 순간 더 이상 과거로의 회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전혀 새로운 신천지의 물결이 이제서야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그 물결에 몸을 맡길지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과 개인이 선택하면 됩니다.

수많은 유선 인터넷 업체는 물론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엿보고 있던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회사들에게 ‘스마트폰’ 시장은 분명 도전할 가치가 충분한 신천지임에 틀림없습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깐 마당에서 마음껏 자신의 재주를 뽑낼 수 있게 됐으니까요. 참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국내 시장에 다시 한번 혁신과 경쟁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 물결과 바람을 누가 잘 타고 조정 할까요? 경쟁과 개방이 필요했던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제대로 된 바람과 물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출처] http://www.bloter.net/wp-content/bloter_html/2009/11/23/196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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