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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치는 프로그래머
[선덕여왕] 선덕여왕에 있고 천추태후에 없는 것 본문
최근 챙겨보는 드라마는 단연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 덕분에 월요일이 반갑다. 그리고 화요일이 지나고 나면 아쉽다.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주말 밤, 채널을 돌리다 몇주전부터 '천추태후'에 살짝 눈에 들어왔다.
천추태후 초창기 좀 챙겨보다, 영 아니다싶어 눈길을 끊었는데, 중간에 몇몇씩 잠깐 볼 때도 고만고만해서 영 눈길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몇주전부터 이야기가 급속도로 긴장감이 생겼다.
김치양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김치양의 반란이 진압된 뒤 천추태후의 아들 목종은 대량원군에게 왕위를 이양하고, 천추태후의 반대파(신라계와 문화왕후 세력)들이 득세를 하게 되고, 천추태후와 목종은 멀리 쫓겨나게 되고, 가는 길에 목종은 죽음을 당하고, 천추태후는 모멸적인 유배생활을 '잠깐' 하게 되고, 강조도 감금생활을 하게 되고, 그러다 급기야 거란이 천추태후가 실각한 틈을 타 고려를 침략하게 된다.
최근 몇주 동안 천추태후에서 전개된 내용들이다.
권력을 잃은 천추태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며, 천추태후 반대파들의 협조로 왕위에 오른 현명한 현종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펼치게 될 것이며, 거란의 침략을 고려는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자못 관심이 가는 대목이 적지 않아, 몇주 챙겨봤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더 이상 천추태후를 챙겨보지 않기로 했다. 같은 사극이고, 여성을 주인공을 하고 있음에도 천추태후는 선덕여왕과 비교해 너무 완성도가 떨어졌다.
천추태후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디테일이었다. 재밌는 이야기임에도 짜임새있게, 설득력있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전개하지 못했다. 오로지 긴장감 하나에만 목을 매는 것으로 보였다.
강조 휘하에 있으면서 목종을 살해한 이현운 일당이 목종을 죽이고 다시 궁에 돌아와 강조 휘하에서 거란과의 전쟁에 참여했다가, 별안간 거란에 귀순하는 과정들은 드라마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의 무게에 비춰 너무나도 엉성하고 가볍게 그려졌다. 말 한마디로 천추태후를 유배시키러 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일들이 다 무마되고, '우리가 살려면 거란으로 가야 한다'는 단 말한마디 끝에 바로 거란으로 넘어가버린다.
신라계에 의해 충주궁으로 유폐되었다가 유배지에서 만난 자신의 신봉자들에 의해 다시 천추태후는 궁으로 돌아와 목종의 승하 사실을 전하지만, 이 과정도 너무 엉성했다. 충주궁의 사람 가운데 천추태후를 지지했던 오직 단 한 사람 궁사가 어떻게 충주궁의 모든 사병들을 규합할 수 있었는지, 드라마는 별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은밀히 작전을 세워 애써 자신을 따르던 내관을 충주궁에서 탈출시켜 궁으로 보냈는데, 곧바로 천추태후가 충주궁 궁사 덕에 다시 개경으로 돌아오게 될 것 왜 이런 작전이 필요했는지, 이해하기가 막막하다.
거란의 소태후가 죽은 뒤 소태후의 아들 성종은 고려를 침략하는데, 이를 반대하던 거란의 승상이 실각하는 과정도 그저 '성종의 고함소리' 한번이면 족하도록 너무나 단순하게 그려졌다. 일국의 승상이었고, 소태후의 가장 최측근이었던 자가 그런 식으로 몰락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리라고는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천추태후에서 그려지는 서사가 대체로 이러했다.
반면 선덕여왕은 '삼한통일'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극임에도 치밀한 디테일을 선보인다. 특히 최근 비담이 점차 문노와 덕만공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들은 대단히 흥미롭다. 비담이 어린 시절 독극물로 사람들을 죽인 에피소드 등이 몇차례의 플래시백으로 다뤄지는 장면들은 드라마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몰입도를 증가시킨다. 때론 연장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혐의가 강하게 풍기는 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엇갈림과 곧바로 이어지는 만남과 해결과정 또한 좋게 보면 선덕여왕의 디테일한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대신 천추태후에는 선덕여왕에 없는 것이 있다. 서사극의 고전이라 할만한 선악구도가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천추태후를 반대하는 세력은 모조리 악당들로 그려진다. 별다른 설명이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유지와 강화를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간신배들뿐이다. 대신 천추태후를 비롯한 강조와 강감찬 등은 오로지 고려에 충성을 다하는 인물들이다. 이런 극단적인 대립구도 속에서 천추태후는 촌스런 '애국주의 계몽 드라마'나 다름 없어졌다. 거란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전장을 뛰쳐나가는 모든 사람들은 '고려를 위해 초개와 같이 이 한목숨 바친다면 무엇이 아깝겠느냐'며 기꺼이 나서고 모두 저와 비슷한 한 마디씩을 남긴다. 천추태후의 인물들은 오로지 '애국자/충신 VS 매국노/간신배'의 구도 속에 갇혀 있다.
천추태후처럼 외적의 침략을 격퇴시킨 이야기가 그려졌던 '불멸의 이순신'에서 왜군과의 전쟁을 대하는 각 인물과 정치세력들의 입장과 속내가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졌던 것과 비교하면 천추태후의 촌스런 애국주의 계몽은 KBS 대하사극의 퇴보라 할 만 하다.
반면 많이 지적된 것이지만 선덕여왕에서는 선악구도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미실 세력도 덕만 세력도 하나같이 각각의 사연들이 있다.
최근 김치양의 반란과 거란의 침략으로 그나마 이야기가 박진감 있는 가운데 천추태후의 시청률도 많이 오른 모양이지만, 선덕여왕과 비교하기에 천추태후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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